"국민의힘, 새로운 결단이 절실하다"

"오만한 여당보다 한가한 야당이 더 밉다"

박종완 기자 승인 2020.10.27 15:03 의견 2
강길모 미디어이슈 고문


대한민국 제1야당이 간판을 ‘국민의힘’으로 바꾸고 정강정책에 좌파적 아젠다 일부를 과감하게 수용하는 결단(?)을 보였을 때, 그 방향성에 대한 찬반 여부를 떠나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 자기개혁에 나서겠다는 적극적 의지로 받아들여 나름 평가해주고 싶었습니다.

최근 30여 년간 유지되어 온 우리 정치권의 양강체제는 보수우파류 이념세력과 진보좌파류 이념세력간의 코어 집단을 바탕으로, 경제 안보 사회복지 등 주요 국가정책에서도 상당한 차이로 대칭점을 이뤄왔습니다. 어느 방향으로의 정책이념이든 다 장단점이 있는 법이니, 국민들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쪽으로 양대 정치세력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양강체제의 근저에 아직도 지역주의가 중심 요소로 작용하고 있지만, 선거결과를 좌우하는 캐스팅보트 측면에서 정책이념적 구분은 여전히 의미심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경제정책 기조 상 ‘성장 우선이냐, 분배 우선이냐’는 캐캐 묵은 의제를 포함하여, ‘북한 권력을 안보상의 적으로 볼 것이냐, 민족우선의 형제로 볼 것이냐’라는 문제, 미국이나 중국 일본 등에 대한 외교노선 상의 입장 차이, 탈원전 문제를 포함해 문화 환경 분야에서의 쟁점 등에 이르기까지 양강체제는 확연한 대비를 통해 국민의 선택을 물어왔습니다. 

국민의힘이 주요 정책을 새롭게 제시하면서, ‘탈이념’을 표방하며 진보좌파류 정책기조 일부를 수용했을 때 국민의 선택 기준이 흐려질 수 있다는 문제점을 이미 지적한 바 있습니다만,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탈이념을 외친 정치적 배경과 그 절박함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기에 지켜볼 가치가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다시 국민의힘이 추진하고 있다는 그 ‘변화’를 차분히 따져보면, 간판 색깔과 로고를 바꾼 것 말고 과연 무엇을 바꿨다는 것인지 참 알 수가 없습니다. ‘영끌’로 400억 원을 끌어 모아 새 당사를 마련한 것이 그나마 제일 잘한 일이라고나 해야 할까요?

최근 갤럽 여론조사에 의하면, 정당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 35%, 무당(無黨)층 34%, 국민의힘 17%, 정의당 6%, 열린민주당 4%, 국민의당 3% 순(10월 23일 발표)이었습니다. 갤럽은 정당지지율의 특성으로 무당층이 4월 총선 이후 최대치인 34%를 기록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갤럽은 10월 16일 조사에서, 다음 대선에서 '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 44%,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 39%로 나타났다고 발표한 바 있었습니다. 

여론조사라는 것이 시기와 상황에 따라 격변하는 것이니 한 시점의 조사결과를 놓고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갤럽 조사에서 재미있는 것은, 지지정당이 없다는 무당층이 전체의 3분의 1을 넘어선 상황에서, 이 무당층은 정권유지(20%)보다 정권교체(45%)를 희망했고, 문재인대통령 국정평가에서도 긍정 23%, 부정 54%라는 극명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갤럽 조사 상 국민의힘은 여당지지율의 반토막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정권교체를 원하는 여론이 오차범위에서 경합 중이고, 특히 34%에 이른다는 무당층은 절대 다수가 문대통령 국정평가에 부정적이면서, 정권교체를 희망하고 있다는데 제1야당 지지율이 여당의 반토막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대체 무슨 까닭일까요?

첫째 이유는 두말할 필요 없이 제1야당이 여전히 야당으로서의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국민들의 불신 때문일 것입니다. 이는 김종인 비대위 체제의 파격적 행보가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아직은 긍정적 변화로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제1야당 국민의힘은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출범시킨 후, 전통적 보수이념을 던져버리고, 역사 인식부터 경제정책 기조에 이르기까지 상상 이상의 ‘좌클릭’을 단행했으며, 호남 친화적 제스쳐와 아스팔트 보수와의 결별 행보 등 나름 변화를 위해 몸부림쳤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약효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 평가입니다. 

그렇다면 제1야당은 ‘변화’를 노력들이 왜 저평가되고 있는지, 그 원인을 냉철하게 따져보고 다음 수순을 준비해야 옳은 일입니다. 홍준표 전 대표 주장처럼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까지 놓쳤기 때문인지, 아니면 산토끼를 향한 변화의 방향은 옳았지만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인지 등에 대해 분명한 결론을 내리고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는, 김종인체제의 전략적 변신이 먹히지 않고 있다는 결론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대체로 중도층의 정치지형에는 변화가 없고, 집권당에 반대하는 다수의 국민들이 제1야당도 외면한 채 ‘무당층’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특히 그러합니다. 김종인 위원장은 이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해야 하고, 납득할만한 대책을 제시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둘째 이유는 제1야당에게서 미래 권력의 희망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입니다. 정권교체의 희망을 투사할 수 없는 불임 정당, 그것도 제1야당이 그런 모습이라면 결코 그 존재가치를 인정받기는 어려운 법입니다. 

당장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선이 눈앞에 다가왔지만, 제1야당의 리더라는 사람이 여기저기 다니면서 인물이 없다고 하소연한 것은 중대한 실책입니다. 정당은 ‘공직후보 추천’ 기능이 핵심입니다. 선거 때만 되면 정당 밖으로 후보를 주우러 다녀야하는 ‘넝마 정당’이 상시적으로 왜 존재하는지 의문입니다. 공천 후보군을 보유하지 못한 정당은 존재 이유가 없는 셈입니다. 

역대 어느 정권이나 어느 나라에서도 ‘젊고 참신한 지도자’는 노인들의 발탁과 후원으로 등장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의지와 결단, 그리고 치열한 수련과정을 통해 성장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노회한 야당의 어르신께서 책봉사처럼 여기저기 찔러보다가 점지한 사람이 진정한 지도자로 도약할 수 있다면, 손에 장을 지지고 또 지질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말 그대로 비대위가 이끄는 비상체제입니다. 비대위는 가급적 신속하게 당을 정상체제로 복원하는 것이 우선적 임무입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새로운 당의 얼굴을 옹립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는 인식을 가져야 마땅함에도, 깜량이 되는 인물을 찾기 어렵다고 스스로 자폭선언을 하면서 하다못해 요식업자인 백종원씨를 거론하기까지 했었습니다. 

온 국민을 대상으로 야당에 미래의 지도자감이 없다고 울고 다녔으니 대선주자 지지율조사에서 야권주자들이 지리멸렬하는 것이 당연하지요. 그러니 일각에서 ‘김종인 대망론’이 회자되는 것도 필연이라 할 것입니다. 본인은 부정하고 있지만, 김종인 위원장 스스로 대권도전을 선언했던 것이 불과 3년 전입니다. 김 위원장은 혹여 자신이 미래의 야권리더십을 키워 가는데 오히려 방해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자성해 볼 일입니다.  

청년 YS와 DJ는 ‘구상유취’로 조롱받으면서 스스로 지도자의 길을 개척했습니다. 존재감도 미미했던 노무현 후보는 당찬 도전으로 대선후보를 거머쥐었고, 불리할 것이란 예상을 뚫고 정몽준과의 여론조사 단일화 대결을 불사하며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지금은 야당내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라 당찬 도전의지의 부재와 지도력 배양의 토양이 부실한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제1야당이 국민의 힘을 결집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입으로는 나라가 망해간다고 얘기하고 있을 뿐 정작 나라를 구하려는 절박함이나 결기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이참에 400억 들인 당사 개소식을 한다며 둘러 모여 환한 얼굴로 박수를 치고 있는 당 지도부의 모습에서 대한민국은 태평성대 그 자체라고 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말로는 나라가 망한다고 하면서, 정작 당을 이끌고 있는 사람들은 등 따습고 배부른 얼굴인 셈입니다. 

현명한 대한민국 국민들은 어설픈 제스쳐에 속지도 않지만, 나라를 향한 구국의 열정과 진정성을 결코 외면하지도 않습니다. 제1야당은 국민들의 감동과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결정적 이유가 머리가 아닌 가슴의 문제라는 것을 절절하게 깨닫기 바랍니다. 

결국 국민의힘이 지리멸렬하고 있는 이유는 김종인비대위가 한계에 이르렀고 그 수명이 다했다는 얘기와 다름없습니다. 중도층을 끌어들이기는커녕 현 집권세력에 반대하는 국민들에게조차 ‘김종인비대위’는 어필하지 못했고, 차기 지도력 배출의 토양을 만드는 일에도 실패했습니다. 구국을 향한 일말의 진정성조차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제1야당이 살기 위해서는 또 다른 변화와 자기 개혁이 절실하다는 얘기입니다. 그 것이 조기 전대가 되든지, 또 다른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이든지, 최소한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박감들이 행동으로 구체화되어야 할 때라는 말씀입니다.  

집권세력이 자충수를 연발하고 있음에도 반사이익은커녕 더 한 헛발질로 국민을 외면하게 만드는 것이 제1야당의 현주소입니다, 우울하기만 한 제1야당의 미래를 위해 비상체제를 또 다른 비상체제로 바꾸고 개혁하는데 주저하지 말 것이며, 나라가 깨지는 것보다 차라리 당이 깨지는 것이 국민을 위한 길이라는 아우성과 곡소리가 내부에서 넘쳐나야만 합니다. 

솔직히 난망하지만, 그래도 흔들리는 대한민국을 위해서는 제1야당의 400억 신 당사가 우국충정의 눈물바다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보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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